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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어벤져스> - 문외한을 위한 관람 가이드









 고백한다. 마블 코믹스에 관해 무지하다. 영화들은 챙겨봤다. 아이언맨, 헐크, 엑스맨, 스파이더 맨 등등. 물론 마블의 세계관을 알고자 봤던 건 아니다. 봤어도 영화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얼핏 주워들은 마블의 체계적인 짜임새는 초심자가 쉽게 평가해볼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글은 나 같은 문외한들을 위한 가이드가 되겠다. 


 




화려한 출연진, 살아있는 캐릭터



 입체적 캐릭터고 뭐고 간에 악당은 짓밟아야 제 맛이다. 잘 만들어진 히어로 물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 그들이 한 영화에 모인 다고 했다. 흉내만 내는 B급 영화가 아니라고도 했다. 제대로 기획하고 제작하며 실제로 몇몇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각각의 영화에서 등장했던 배우들이 출연한단다. 일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로 나온다. 크리스 에반스가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로 나온다. 스칼렛 요한슨(블랙 위도우 역), 기네스 펠트로(페퍼 포츠 역), 사무엘 L 잭슨(닉 퓨리 역) 등등 주연급 배우들도 대거 쏟아져 나온다. 어마어마하다. 이게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의 힘인가 싶었다.

 캐릭터들의 매력도 잘 살아있다. 헐크(마크 러팔로 분)의 고뇌는 개그로 화하고, 아이언맨의 분방한 입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관객들은 헐크와 아이언맨의 개인기(?) 혹은 만담에 폭소를 터뜨리기 일쑤였다. 

 국제평화유지기구 ‘쉴드’의 국장, 닉 퓨리의 카리스마는 명불허전. 블랙 위도우의 날카로움과 섹시함은 남성 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주인공 급 인물 8명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나 산만하지 않다. 영웅들은 각자 제자리를 찾아 조화롭게 치고 빠진다.

 


 한 가지 딴죽을 걸자면 영화 중반부가 좀 지루하다는 것. 그 지루함이 시리즈에 대한 무지 때문인지, 연출의 실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단순한 전개 내용을 지나치게 길게 설명하는 감은 있다. 배경 설명을 보다 간단하게 짚고, 속도감 있게 넘어 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볼 것인가, 예습 할 것인가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그냥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영화는 영웅들이 모인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사실 관객에게도 그게 중요하다. 그들의 과거사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겠으나 영웅들이 대거 모인 상황에서 그들 인생의 부침을 열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보다 단순하고 보다 유치하길 바랐으며 스스로 설정한 영웅 미학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영화는 그 기대에 부응한다.

 

 <어벤져스>는 아이언맨, 닉 퓨리가 누군지 몰라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전개가 단순하다. 외계인 악당 로키(톰 히들스턴 분)는 생각 이상으로 유치한 정복욕에 불타오르는 인물이다. 몰입하는 데에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들이 모였다. 모였으니 지구는 지켜질 것만 같다. 우리 편이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몇 개의 영화를 예습 및 복습하고 영화관을 찾아도 좋을 듯싶다. 게 중에서 몇 가지를 나열해보자. 먼저 <아이언맨>과 <아이언맨 2>. 특히 2가 중요하다. 2에선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쉴드’ 간의 내막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인크레더블 헐크>와 <퍼스트 어벤져>. 헐크는 헐크를, 퍼스트 어벤져는 캡틴 아메리카를 소재로 한 영화다. 둘은 영화 속 핵심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토르 : 천둥의 신>. 토르는 영화 <어벤져스>에서 주인공 중 한 명으로 활약하는 영웅이다. 또 악당 로키는 그의 동생이기도 하다. 만약 시간이 허락지 않는다면 <토르>만은 꼭 보길 바란다. 영화의 배경과 흐름을 짐작하기에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두 가지 제안  

하나, 3D로 관람하길 / 둘, 제국주의 비판도 잠시 접어두길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3D로 보는 것이 좋겠다. 개성 강한 영웅들이 모여서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현대 기술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영상의 정점을 경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가능하면 IMAX 3D로 봐야 한다. 특히 마지막 전투 시퀀스를 제대로 ‘보았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시각 범위를 가득 채워야할 필요가 있다. 그냥 3D로 본 것도 현재 후회하는 중. 그러므로 2D로는 부족하다. 마블 마니아들 사이에선 2D로 내용을 스캔한 후, 3D로 영상을 즐기겠다는 다짐들이 깊은 동의를 얻고 있다. 그들의 덕심을 존경한다.

 

 제국주의 담론도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히어로 물이 등장할 때마다 항상 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몇몇 히어로 물은 분명 미 제국주의를 표상한다. 성조기를 휘감은 주인공이라든가 서양의 편견으로 점철된 오리엔탈리즘의 발현이라든가. 상기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는 영화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동양인을 영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어벤져스>의 제국주의적 요소는 그런대로 견딜만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여전히 외계인과의 전쟁터는 미국이고 지구를 구하는 것도 미국인이지만, 한 발 물러서서 보면 미국 SF 영화의 주인공을 다른 나라 사람이 맡으면, 것도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저들 나라의 영화니까. 제국주의 담론은 잠시 접어두고 그저 미국사람이 미국을 구한다고 생각하길 추천한다. 제국주의를 가리키는 도상이나 지표가 표면으로 드러난 영화가 아닐 바에야 즐길 땐 즐기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며 오래된 불만을 하나 토로해보자면, 

대체 언제부터 한국의 극장에서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불을 켜기 시작했냐는 것이다. 

마블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본영화가 끝난 뒤, 

거의 등장이 확실시 되는 에필로그 혹은 예고편을 기다리는 일인데... 

직원이 불을 켜니 관객들은 나가기 시작했다. 

후속편을 예고하는 장면은 밝아진 실내 불빛으로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엔딩 크레디트도 영화다. 영화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

 

그러니 부디, 영화가 끝났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말기를. 

꼭, 속편에 대한 암시를 온전히 즐기기 바란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은 ‘타노스’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마블 세계 속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강한, 신격화 된 캐릭터라고 한다. 

영화의 스케일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일단 본편을 보고 차후를 기다려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