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의 맛>, 섬세하고 즐거우며 적막하고 애잔하다. 어떤 영화들은 삶의 비극적인 면들을 부각시킨다. 인생의 본질은 비극이니 발버둥치지 말라. 그렇게 말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런 영화들은 대체로 차갑고 냉소적이다. 세상의 모든 상처를 떠안은 주인공이 등장해 우리의 고민을 아이들의 유치한 장난쯤 되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제 자신은 그 고민들로부터 초탈해 삶의 한 단락을 마무리 짓듯 떠나버린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러나 영화 밖 우리의 일상이 어디 그렇던가. 한 인간의 생활은 그 보다는 훨씬 좁은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다. 각자가 짊어진 무게는 여전하지만 영화 같은 비극이 흔한 일은 아니다. 거대 담론이 쉼 없이 몰아치는 가운데에서도 소소한 작은 이야기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오즈 야스지로는 이러한 일상에 천착한 감독이다. 그의 영화..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