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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時와

짜증론 - 이희중



짜증론


                                                    이희중



모름지기 짜증은 아무한테나 내는 것이 아니다
짜증은 아주 만만한 사람한테나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짜증을 받아줄 마지막 사람은 제 엄마다

짜증이 심한 사람은 엄마 말고 식구들한테도 짜증을 낸다

필시 이사람은 식구들을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달리 보면 가족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더 심한 사람은 식구 아닌 남들한테도 짜증을 낸다

이 사람은 아주 힘 있는 놈 아니면 망나니임에 틀림없다

짜증낼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자신한테 짜증을 낸다

이 사람은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니면 이 사람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안 믿는 사람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이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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