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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 - 혼자 술 한 잔하며 읽기 좋은, 잡담의 향연 - 조르바를 닮은 남자가 전하는 연애, 결혼, 섹스관 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저자 기타노 다케시 지음 출판사 중앙북스 | 2014-10-0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연애, 결혼, 섹스에 관한 독설과 유머의 촌철살인 작정하고 얘기... 참 이런 책도 있다. 시종일관 잡담이다. "연애, 결혼, 섹스에 관한 독설과 유머의 촌철살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냥 잡스러운 담화다. 깎아내리거나 싫다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책은 맥주 한 잔 하면서 읽기 딱 좋다. 기타노 다케시와 술자리에서 잡담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각할 필요도 없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다. 이 아저씨, 가끔은 꼴마초스러워 왜이러나 싶지만, .. 더보기
짜증론 - 이희중 짜증론 이희중 모름지기 짜증은 아무한테나 내는 것이 아니다짜증은 아주 만만한 사람한테나 내는 것이다그러므로 세상에서 짜증을 받아줄 마지막 사람은 제 엄마다짜증이 심한 사람은 엄마 말고 식구들한테도 짜증을 낸다필시 이사람은 식구들을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달리 보면 가족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더 심한 사람은 식구 아닌 남들한테도 짜증을 낸다이 사람은 아주 힘 있는 놈 아니면 망나니임에 틀림없다짜증낼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자신한테 짜증을 낸다이 사람은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아니면 이 사람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안 믿는 사람이다이도저도 아니면 이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 더보기
겨울-나부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나무이다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영하 20도 지상에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아 벌받는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영상으로 영하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온 몸이 으스러지도록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나무는 자기의 온 몸으로 나무가 된다아아, 마침내, 끝끝내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푸.. 더보기
<호곡장 好哭場> 연암 박지원 "훌륭한 울음터로다! 크게 한번 통곡할 만한 곳이로구나!" "천고의 영웅은 울기를 잘했고, 천하의 미인은 눈물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몇 줄기 소리 없는 눈물을 옷깃에 떨굴 정도였기에, 그들의 울음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서 쇠나 돌에서 나오는 듯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다만 칠정 가운데서 오직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뿐. 칠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모른다. 기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즐거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사랑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쳐도 울게 되는 것. 근심으로 답답한 걸 풀어 버리는 데에는 소리보다 더 효과가 빠른 게 없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이다. 지극한 정이 발현되어 나오는 것이 저.. 더보기
빈자의 시 - Thomas Carew (Thomas Carew, 영국, 왕당파 시인, 1594 ~ 1639) 너는 너무 뻔뻔스럽다, 가련한 빈자여, 너의 그 나무통과 같은 초라한 오두막이 돈이 들지 않는 햇빛을 받으며, 혹은 그늘진 샘물 한쪽에서, 풀뿌리나 푸성귀를 먹이로 게으르고 현학적인 덕을 쌓고 있다고 해서 천상에 너 있을 곳을 요구하다니. 너의 오른손은 아름다운 덕의 꽃을 피우게 해줄 인간다운 정열의 줄기를 정신의 토양에서 뽑아버리고, 자연의 성질을 타락시키고 감각을 둔하게 하고, 고르곤처럼 활동적인 인간을 돌로 바꾸어버린다. 우리들은 너의 내세울 것 없는 절제나, 기쁨도 슬픔도 모르는 그 부자연스런 우둔함과 따분한 교제를 사양한다. 또 네가 활동적인 것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수동적인 불굴의 정신과도 볼 일이 없다. 범용함 속에 묵직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