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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時와

짜증론 - 이희중 짜증론 이희중 모름지기 짜증은 아무한테나 내는 것이 아니다짜증은 아주 만만한 사람한테나 내는 것이다그러므로 세상에서 짜증을 받아줄 마지막 사람은 제 엄마다짜증이 심한 사람은 엄마 말고 식구들한테도 짜증을 낸다필시 이사람은 식구들을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달리 보면 가족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더 심한 사람은 식구 아닌 남들한테도 짜증을 낸다이 사람은 아주 힘 있는 놈 아니면 망나니임에 틀림없다짜증낼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자신한테 짜증을 낸다이 사람은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아니면 이 사람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안 믿는 사람이다이도저도 아니면 이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 더보기
겨울-나부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나무이다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영하 20도 지상에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아 벌받는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영상으로 영하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온 몸이 으스러지도록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나무는 자기의 온 몸으로 나무가 된다아아, 마침내, 끝끝내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푸.. 더보기
빈자의 시 - Thomas Carew (Thomas Carew, 영국, 왕당파 시인, 1594 ~ 1639) 너는 너무 뻔뻔스럽다, 가련한 빈자여, 너의 그 나무통과 같은 초라한 오두막이 돈이 들지 않는 햇빛을 받으며, 혹은 그늘진 샘물 한쪽에서, 풀뿌리나 푸성귀를 먹이로 게으르고 현학적인 덕을 쌓고 있다고 해서 천상에 너 있을 곳을 요구하다니. 너의 오른손은 아름다운 덕의 꽃을 피우게 해줄 인간다운 정열의 줄기를 정신의 토양에서 뽑아버리고, 자연의 성질을 타락시키고 감각을 둔하게 하고, 고르곤처럼 활동적인 인간을 돌로 바꾸어버린다. 우리들은 너의 내세울 것 없는 절제나, 기쁨도 슬픔도 모르는 그 부자연스런 우둔함과 따분한 교제를 사양한다. 또 네가 활동적인 것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수동적인 불굴의 정신과도 볼 일이 없다. 범용함 속에 묵직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