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時와

빈자의 시 - Thomas Carew


(Thomas Carew, 영국, 왕당파 시인, 1594 ~ 1639)





너는 너무 뻔뻔스럽다, 가련한 빈자여,
너의 그 나무통과 같은 초라한 오두막이
돈이 들지 않는 햇빛을 받으며, 혹은 그늘진 샘물 한쪽에서,
풀뿌리나 푸성귀를 먹이로
게으르고 현학적인 덕을 쌓고 있다고 해서
천상에 너 있을 곳을 요구하다니.
너의 오른손은 아름다운 덕의 꽃을 피우게 해줄
인간다운 정열의 줄기를 정신의 토양에서 뽑아버리고,
자연의 성질을 타락시키고 감각을 둔하게 하고,
고르곤처럼 활동적인 인간을 돌로 바꾸어버린다.
우리들은 너의 내세울 것 없는 절제나,
기쁨도 슬픔도 모르는 그 부자연스런 우둔함과
따분한 교제를 사양한다.
또 네가 활동적인 것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수동적인 불굴의 정신과도 볼 일이 없다.
범용함 속에 묵직하게 눌러앉아 있는
이렇게 영락한 저속한 놈이야말로
너의 비굴한 근성에 어울리는 것이다.
우리들이 칭송하는 것은 과잉을 불문하는 미덕뿐.
용감하고 대범한 왕후의 기품,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분별, 헤아릴 수 없는 아량,
또 예부터 이름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테세우스와 같이
모범 그 자체로써 전해지는 영웅적인 미덕.
자, 너의 판잣집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새로이 빛을 발하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엔
그 위인들이 어떠한 자였는가를 깊이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중에서 발췌)


 
 
 이제 신화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없다. '이성'이라는 근대적 힘을 갖기 위해 치러야만 했던 대가 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화 속에 담긴 인간의 긍지 혹은 숭고함 마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약간의 엄밀함을 위해서 인간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리운 이름들을 바닥으로 끌어내릴 이유는 없다. 하여, 이같이 대범한 문체로 씌어진 시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 힘이 있다. 























 

'책과 > 時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증론 - 이희중  (0) 2013.05.05
겨울-나부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0) 201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