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기타노 다케시
- 혼자 술 한 잔하며 읽기 좋은, 잡담의 향연
- 조르바를 닮은 남자가 전하는 연애, 결혼, 섹스관
참 이런 책도 있다. 시종일관 잡담이다. "연애, 결혼, 섹스에 관한 독설과 유머의 촌철살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냥 잡스러운 담화다. 깎아내리거나 싫다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책은 맥주 한 잔 하면서 읽기 딱 좋다. 기타노 다케시와 술자리에서 잡담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각할 필요도 없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다. 이 아저씨, 가끔은 꼴마초스러워 왜이러나 싶지만, 또 어떤 부분에선 인간적이고 소탈하다.
특히 이 사람은 비주류의 삶에 어떤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들을 이야기 소재로 등장시키며 우스갯거리로 삼지만 그 바탕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다. 바닥을 드러내는 삶을 사는 자들에 대한 동지애 같은 걸까?
이 사람의 가치관이 구시대적이면서도 꽤나 진보적인 이유는 욕망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거리낄 것 없고 체면 차릴 것 없기 때문에 어설픈 권위주의의 외피를 벗어낼 수 있다.
사실 읽고 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촌철살인도 별로 없지만, 자연인으로 살기 위해 분투해온 사람의 여정은 느껴지는 듯하다. 적어도 기타노 다케시는 자신의 욕망이 두려워 눈을 돌릴만큼 비겁하지는 않다. 그러니까 뭐랄까.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오른다.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맛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게 정말로 꼭 조르바다.
조르바들은 모든 사람이 자기를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정말로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가끔 주변엔 좌절한 조르바들도 눈에 띄지만 기타노 다케시는 용케 아직 버티고 있다. 쉽지 않은 삶의 태도다. 그것이 옳고 그르건 굴하지 않고 그 태도를 견지한다는 건 존경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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